머리말
깔뱅은 기독교 강요 최종판에 첨부된 헌사(獻詞), “프랑스 왕에게 드리는 글”에서 자신이 기독교 강요를 저술하게 된 동기와 목적을 진술합니다. “제가 이 일에 땀을 흘리며 애쓴 것은 제가 목도한, 그리스도를 향한 배고픔과 목마름을 지닌 모국의 수많은 프랑스인들을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위기에 휩싸여 있었고,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신음하였습니다. 깔뱅은 이 헌사(獻詞)를 통해 당시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근원을 정확히 진단했습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임한 재앙의 근원은 그 시대의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성경을 떠난데 있었습니다.
로마교회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에 무지했고,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로마교회는 성경과 전통이라는 계시관에 근거해, 교회를 성경보다 높였습니다. 그리고 그 교회의 지상적 머리로 교황의 전횡적 권위가 그리스도의 왕권을 압도했습니다. 그 시대의 교회는 부패한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나온 온갖 고안물들을 위해 성경을 가감하였습니다. 이처럼 ‘오직 성경’을 떠난 신앙은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는 원리(성경의 유추, 신앙의 유추)를 버리므로, 성경의 통일성과 성경의 문맥을 통찰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성경을 부패한 본성으로 해석하므로, 그들로부터 나온 교리는 성경을 왜곡하고 허무는 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를 떠났고, 고대 공교회의 역사적 신앙고백의 길로부터 이탈했습니다. 그들은 성경을 떠남으로, 부패한 교리를 발명해 내었고, 부패한 교리는 교회의 예배와 교회의 실천을 부패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중세 로마교회는 교회의 얼굴인 교회의 표지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교회는 말씀의 순수한 선포와 성례의 합법적 거행을 상실하므로, 교회의 얼굴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종교개혁과 깔뱅의 사역은 이러한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부패와 이탈로부터 교회를 회복시키는 것이었고, 그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을 성경 안에 내포된 해석 원리로 해석하여 성경에 근거한 참 교의를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으로부터 교의가 드러날 때, 교회의 예배와 실천이 드러나게 됩니다. 종교개혁과 깔뱅의 모든 노력과 헌신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독교 강요의 위대함과 필요성은 이 문서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 오직 성경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인도한다는 데 있습니다. 수많은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신학과 개혁신앙을 수립한 성경의 사람들의 업적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곧 성경의 진리를 암흑 속에서 드러낸데 있습니다. 깔뱅의 가치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전하는 진의(眞意)를 드러내고, 사도들과 선지자들로부터 비롯된 하나님의 말씀과 이로부터 시작된 공교회의 신앙고백들을 계승하고, 어두운 시대의 교회에 이를 재건하고 소개한데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로마교회의 정황과 폐해는 단지 그 시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오늘날 현대교회는 자유주의(liberalism)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자연주의(naturalism), 은사주의(charismaticism), 세속주의(secularism) 등에 휩싸여 있다고 하여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상들이 오늘날 보편가치로 세상에서 권위를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사상들과 사조들 그리고 이러한 사상과 사조로부터 파생된 양상으로서 문화현상들은 대중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의 풍조와 풍속들이 교회에 들어와 많은 목사들과 강단을 점령하고, 회중들의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조의 가장 큰 폐해는 깔뱅의 시대가 그러했듯이,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떠나게 만드는데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교회의 표지가 상실되거나, 교회의 표지가 희미해지고 드러나지 않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개혁은 현 시대에도 절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표지가 상실된 교회는 언제나 그러했듯, 부패한 본성에서 나온 것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거짓된 교리를 고안하며, 예배와 실천을 오염시킵니다.
어둡고 어려운 시대에 깔뱅의 기독교 강요는 교회와 성도들이 성경의 바른 해석과 그 결과로서 공교회의 역사적이고 검증된 신앙고백과 교의의 맥락을 통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깔뱅의 가치와 업적은 그의 독창성에 있지 않고, 그의 독자들로 하여금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로부터 시작하여,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으로부터 비롯되는 공교회의 역사적 신앙고백과 교의로 안내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깔뱅이란 교사의 가르침들은 철저히 공교회성을 회복 하는데로 귀결됩니다. 성경과 복음진리 회복은 교회의 일치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서 비롯된 신앙고백에 일치만이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가능하게 합니다. 성경과 참된 신앙고백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깔뱅은 공교회성 회복 안에서 연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확신합니다.
“21가지 주제, 기독교 강요”의 출간 목적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즉, 깔뱅의 시대의 정황이 오늘날 우리 시대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 시대의 교회적이고 신앙적 요청이 이 시대의 교회적이고 신앙적 요청과 부합하는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깔뱅의 중요성과 업적이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데 있다면, 오늘날 이 시대 교회의 절실함 역시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데 있다고 봅니다. 깔뱅의 “기독교 강요”는 시대를 초월하고 뛰어넘는 공교회의 성경 해석과 그 결과로서 신앙고백과 교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오래된 글들에 담긴 의미들은 공교회적인 것으로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절실한 것입니다. 그의 사상들은 오래된 것이지만, 우리에게 절실한 새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절실한 것입니다.
이런 확신으로 인해, 필자도 “기독교 강요”를 배고프고 목마른 마음으로 여러 번 정독하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강요”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회심한 후, 소명을 확신하고, 신학대학교 입학 전후 제 자신이 겪게 된 신학적, 신앙적 고뇌와 혼란 때문이었습니다. “기독교 강요”는 필자에게 복음을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깔뱅은 단지 “기독교 강요”의 저자가 아니라 저에게는 전도자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1992년 군입대를 한 후, 취침등 아래서 고참들 몰래 밤을 지새워 “기독교 강요”를 정독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박사과정을 마친 후, 한 신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기독교 강요 해설”을 가르치겠다고 요청했고, 강의를 위해 강의안을 몇 달에 걸쳐 작성한 것이 이 책의 전신(前身)이 되었습니다. 이 강의록은 몇 번에 걸쳐 수정되는 과정에서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강의할 기회가 있었고, 교회를 개척한 후 지속적으로 “기독교 강요”를 작성된 강의록을 사용해 해설하였습니다. “기독교 강요”가 끈이 되어 많은 목사님들과 성도님들과 신앙적 교제와 신앙적 소통을 경험하게 되었고, 따라서 지금 완성된 이 책은 이러한 현장에서의 강의와 교제와 소통의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필자가 이른 결론은, “기독교 강요”를 교회에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소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교계에는 “기독교 강요”와 관련된 많은 참고 서적이 출판되었는데, 이를 살펴보면서 든 필자의 생각은, 너무 요약이 되면, 기독교 강의의 맥락과 의미들이 드러나지 않고, 너무 해설이 많아지면, 해설자에 가려 깔뱅의 맥락이 가려지는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깔뱅의 “기독교 강요”의 맥락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요약하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적절한 해설이 가미된 책이 집필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기독교 강요”의 방대한 양으로 인해 책을 정독하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요약과 해설을 적절히 배합하여,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독교 강요 전체의 맥락을 인식하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이 책을 저술하며,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깔뱅이 전하고자 소원했던 하나님의 말씀이 공교회와 성도들에게 역시 전해지는 것입니다. 성도들의 심령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정립되어, 교회가 참 신앙고백과 실천으로 하나님께 응답하는 일들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이 책이, 깔뱅이 전하고자 했던 하나님의 말씀이 전해지고 교회 안에서 힘을 얻어 이 시대와 조국 교회 안에서 교회의 표지가 더욱 분명하고 성숙하게 드러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책이 되길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박동근 목사
스물한 가지, 기독교강요 | 갓피플몰 (godpeople.com)
스물한 가지, 기독교강요 | 갓피플몰
mall.godpeople.com
https://www.youtube.com/watch?v=Bo2ymbHEV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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