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두 번째 간구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첫 번째 간구가 이루어지는 수단으로서 제시됩니다. 이 간구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속죄의 성취를 통해 보내진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죄인의 마음에 세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 마음을 다스리십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속을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적용하실 때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구원 사건과 일치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를 용서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새 마음을 주시어 성화의 길을 걷게 하는 역사 속에 나타납니다. 성령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을 통치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십니다. 우리는 믿음과 순종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으니,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데 있어 수단이 됩니다.
이 간구와 관련된 사안들을 한 부분 씩 살펴보도록 합시다.
1. 당신의 나라가 - your Kingdom
한글 성경에는 원문에 들어있는 your kingdom에서 your(thy)가 생략되어있습니다. 여기서 당신은 하나님을 의미합니다. “나라”라는 명사에 “당신의”라는 소유격을 붙여 수식한 이유는 나라가 두 가지로 나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나라가 서 있는데,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임한 하나님 나라와 다른 하나는 인류의 타락과 함께 구속의 은혜가 임하지 않은 심령에 존재하는 사단의 나라 혹은 어둠의 나라입니다.
(골 1:13)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골 1:14)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아담 안에서 인류가 죄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하나님과 단절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떠나고 사단이 왕 노릇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버리고 반역한 인간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떠나시므로 그들을 처벌하셨습니다. 그들은 사단의 종 노릇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단은 주인이 떠난 인간의 마음에 군림하여 죄인의 왕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단과 죄의 노예가 되어 무지와 불경건과 불순종에 붙들려 살게 되었습니다. 사단이 홀을 잡은 인간의 마음은 완악한 무지와 죄악을 저항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사단의 나라가 임한 사람은 온갖 영적 무지와 왜곡으로 그 이성이 가득 차 있고, 그의 의지는 전혀 하나님께 순종하지 못하며 악한 것을 추종하며 사는 노예 상태에 있습니다. 그들은 죄의 노예가 되어 죄에 저항하지 못하며, 선을 행하지 못하며, 회개하지도 않습니다. 죄 가운데서 죄를 즐기며 사단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을 배척하며 삽니다.
이러한 어둠의 나라가 가득한 세상에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당신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강림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육신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 구속을 이루실 때, 사단은 패배했고, 죄의 용서와 죄 죽임의 능력이 되시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을 통해 죄의 노예였던 사람들이 믿음 안에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이 자유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죄인의 마음속에 왕이 되어주실 때 시작됩니다. 사단과 죄와 사망을 멸하시는 하나님의 통치가 그리스도의 강림과 함께 이미 시작되었고, 완전히 죄와 사망과 사단이 멸해지는 날이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는 이미-아직인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영광을 모독하는 사단의 통치를 받는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기도해야 하며, 사단과 죄와 사망이 완전히 멸할 때까지 성도들에게 성령을 충만케 하셔서 늘 사단의 나라를 이길 수 있도록 역사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하나님 나라의 두 가지 의미
첫째 의미는 넓은 의미의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심지어 마귀들까지 다스리십니다. 마귀의 역사도 하나님의 주권을 벗어나 활동할 수 없습니다. 이 넓은 의미의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온 우주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포함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만드시지 않으시지만, 인격적 피조물의 타락을 허용하시므로 죄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그분의 주권 안에서 허락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시고 다스리시므로 모든 것이 하나님께 영광되도록 섭리하십니다. 마귀와 죄와 사망에 속한 것들이 하나님을 대적하고 반역하려 할지라도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의 섭리로 인해 결국은 하나님의 뜻에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넓은 의미의 하나님 나라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됩니다.
둘째 의미는 좁은 의미의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그의 소유 삼으신 교회와 성도들을 향한 다스림에 해당됩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사랑하신 자들의 마음을 말씀과 성령을 통해 다스리십니다. 택한 자들에게 믿음을 주시고, 그 믿음에 의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죄인과 연합하시므로,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에 왕으로 좌정하십니다. 그들을 용서하시고, 그들을 자녀로 삼으시고, 그들의 마음에 새로운 생명을 심어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은총으로 그 백성들을 먹이시고 입히시고 보살피십니다.
이 나라의 왕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아버지께서 중보자되신 그리스도께 그의 공로에 의거해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주셨습니다. 이렇게 하신 이유는 만유를 다스리시는 능력으로 교회를 다스리고 보존하시게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성도들입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대상은 오직 택한 백성이며, 이 땅에서 믿음을 가진 자들이며, 이들은 성령을 통해 말씀을 받고 순종하게 된 자들입니다. 물론 이들 안에 부족함이 있지만, 그리스도가 마음에 임한 자들은 그 나라가 완성되기까지 용서를 받으며 경건의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세상 나라에 법이 존재하듯, 하나님 나라에도 법이 존재합니다. 그 법은 구약과 신약입니다. 세상의 왕들이 법을 가지고 백성들의 질서를 잡고, 굴복시키듯, 주님께서는 말씀과 그 말씀의 선포를 통해 자신의 백성들을 깨우쳐 왕의 뜻에 순복하고 순종하게 하십니다.
모든 나라의 통치에 통치권 혹은 통치력이 필요하듯, 하나님 나라에도 힘과 권세가 존재합니다. 좁은 의미의 하나님 나라는 성령의 능력과 권세에 의해 통치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성령을 보내셔서 그들의 마음이 신앙과 순종으로 변화되도록 내적으로 역사하십니다. 말씀을 믿고 순종하도록 보지 못하는 영혼에 생명을 주시는 분은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죄인의 마음을 변화시키십니다. 보도록 하시고, 받아들이도록 하십니다. 하나님과 그분의 뜻을 알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내적 역사는 오직 성령께 달린 일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에 역사하실 때,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해 용서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됨을 확신하게 됩니다. 우리의 양심은 하나님의 정죄와 진노로부터 화목된 관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양심은 자유하고 마음은 평강을 경험하게 됩니다. 화목된 관계 속에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충만히 다스리실 때, 우리의 마음은 성령께서 주시는 희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3. 임하옵시며(come)
그러므로 우리는 불신자들의 마음에 이 나라가 새롭게 임하고, 성도들의 마음에 이 나라가 강성해 지길 기도해야 하는데, 이로써 우리는 그 나라가 “임하옵시며”라고 간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은 오로지 말씀과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복입니다. 그러므로 그 나라가 임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서 사단이 쫓겨나 왕권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서 죄의 지배력이 죽는 동시에 지배력을 잃은 죄가 우리 안에서 날마다 힘을 상실하고 소멸되어가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것은 우리 안에서 사망이 힘을 잃고 성령을 통해 베푸신 하나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심겨지며 더욱 더 강성해져 가는 일을 포함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한 곳에 나타나는 열매는 “사람들이 자기를 부인하고 세상과 지상 생활을 경멸함으로써 하나님의 의를 구하기로 약속하며 하늘 생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그 나라가 임하길 기도한다는 의미는 하나님의 통치가 가져온 우리의 용서에 대한 확신, 기쁨이 더욱 깊어가도록 기도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베푸신 생명이 더욱더 자라가고 강해져 가도록 기도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우리 안에 이와 같은 하나님의 나라의 자라감과 강성해져 감을 방해하는 사단과 죄악의 제거를 위해 기도함을 의미합니다.
4. 설교와 성례와 권징은 이 나라가 죄인의 마음에 임하게 하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수단
하나님 나라는 어떻게 죄인의 마음에 임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 죄인의 마음에 믿음을 주시고 마음을 새롭게 해 순종케 하실 때, 언제나 말씀을 사용하십니다. 말씀이 전해지지 않은 곳에 성령이 임한 적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셔서 죄인의 마음에 말씀을 선포하게 하셨고 성례를 통해 말씀을 전하도록 하셨습니다. 언제나 말씀이 임한 곳에, 복음이 선포된 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였습니다. 불신자들의 마음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일은 오로지 전도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성도들의 마음에 임한 하나님 나라 역시 말씀을 통해 강화되고 자라갑니다. 성도들은 성례를 통해 또한 말씀을 접하고 더욱 자라갑니다. 권징을 통해 성도들은 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죄를 회개하므로 영혼의 고침을 경험합니다. 설교와 성례와 권징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성장하도록 교회에 주신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교회를 위해서 얼마나 성실히 기도해야 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말씀 선포와 성례와 권징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시고 자라게 하십니다. 교회는 죽은 자들을 구원하기 위한 기관이요, 연약한 성도들의 마음속에 하나님 나라를 강건케 하시기 위해 세운 기관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교회는 밀접히 연관 되있는 것입니다. 성도들은 교회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칼빈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간구가 교회와 연관된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계 각지로부터 자기 앞으로 모으시도록, 교회와 교인의 수효를 늘이시도록, 교회에 각종 선물을 주시도록, 교회 사이에 바른 질서를 확립하시도록, 그러나 순수한 교리와 경건의 원수들을 모두 타도하시도록, 그들의 계획과 노력을 분쇄하시도록-이런 일들을 매울 기원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께서 죄인의 마음에 역사하시도록 보내신 성령께서 말씀을 통해 말씀을 가지고 역사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를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해서 행하십니다.
5. 이 나라와 관련해 슬퍼해야 할 것과 소망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한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가 임하였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위해 슬퍼해야 하고 슬퍼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 나라를 경험한 사람들만이 사단의 나라의 심각성과 비참을 볼 수 있습니다. 사단의 나라가 마음에 가득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단과 죄와 사망의 노예라는 사실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죄를 저항하지 않고 즐깁니다. 물론 달콤한 유혹으로 쓰디쓴 댓가를 치를 것을 알지 못하고 그렇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죄의 달콤함의 끝이 지옥의 영원한 형별과 고통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소유한 성도들은 사단의 나라에 노예가 된 죄인들의 심령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사단의 지배 아래 있는 영혼들을 위해 슬퍼하며 그들의 마음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길 기도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 자신을 위해 슬퍼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 마음에 이미 임했지만, 그 나라가 완전해지기까지 남겨진 싸움이 있습니다. 사단은 우리를 날마다 시험합니다. 방심하면 곧 넘어집니다. 지배력을 잃은 죄가 우리 안에 역사합니다. 사망에 속한 온갖 유혹들이 성도들을 유혹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세상 권세와 핍박자들로 인해 핍박을 받기도 합니다. 온갖 반기독교적인 사상들과 풍조들이 교회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단들이 범람하여 교회가 선포하는 진리에 도전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마음속에서 자라가는 것을 미워하고 훼방하는 많은 세력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슬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대적들을 이길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가 성령과 말씀으로 깨어 그리스도의 통치를 마음에 충만히 받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강성해지기 위해 우리는 성령을 구해야 합니다. 성령만이 말씀의 진리를 깨닫게 하십니다. 진리로 모든 거짓을 드러내고 참 진리를 드러내십니다. 우리의 마음에 참된 지식과 확신과 신뢰를 주셔서 그리스도를 붙들게 하시는 분도 성령이십니다. 성령이 충만할 때만이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며 사모하며 순종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임하실 때만이 우리는 사단의 나라로부터 받은 타격과 부패로부터 자유할 수 있습니다.
(시 51:10)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11)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시 51:12)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우리도 세상 사람들처럼 죄를 지을 때가 있으나,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갖지 못한 마음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죄를 지으면 죽을 것처럼 슬퍼하고 애통해 하며 회개하고, 마귀에게 저항하며, 하나님께 속한 마음과 은혜만을 열망하는 마음을 갖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에 하나님의 나라가 충만히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도들도 때로 죄를 짓지만, 성도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시험과 유혹과 범죄 시 하늘을 향해 부르짖습니다. 그들은 죄에 대한 애통 속에서 하나님의 용서를 의지합니다. 우리는 사단과 죄와 사망이 완전히 멸해질 재림을 고대하면서 현재 임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길 기도해야 합니다.
by 박동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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